한국 작가들이 저마다 구축해온 독립적인 예술세계를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선보이는 2026 오스트리아 그룹전 《UNIVERSE》가 지난 9월 9일 개막해 오는 9월 16일까지 이어진다.

‘Every Artist Creates a World–한 명의 작가, 하나의 우주’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조형언어와 주제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의 공간에서 펼쳐 보이며,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예술세계가 독립된 하나의 ‘우주’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는 Sophie Park Art Project가 기획 주최했다.

전시에는 김소선, 김희선, 천웅희, 김희자, 장혜자, 민재현, 김민정, 김 리디아, 임종엽, 김윤정, 임혜린, 안기순, 최영지, 오은혜, TOMAY TRAVEL 등 15명의 참가했다.
구상과 추상, 자연과 인간, 회화와 오브제, 강렬한 색채와 절제된 화면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면서 각각의 작품은 서로 다른 시각적 세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다양성 자체가 ‘한 명의 작가, 하나의 우주’라는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김소선 – 한국적 호랑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김소선의 ‘Singing Tigers’(2025)는 강렬한 붉은색 화면 위에 세 마리 호랑이를 나란히 배치한 작품이다.

굵은 검은 선과 단순화된 형태, 서로 조금씩 다른 표정이 반복되며 경쾌한 리듬과 익살을 만든다. 전통적으로 위엄과 용맹을 상징해온 호랑이를 친근하고 해학적인 존재로 바꾸면서 한국 민화의 정서와 현대적인 팝 감각을 결합했다. 전통적 이미지가 동시대의 조형언어를 만나 새로운 성격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한국적 소재를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읽힌다.
김희선 – 파도와 구름 사이의 긴장과 평온
김희선의 ‘고요한 파도, 한 점 구름’(2026)은 청록과 코발트빛 바다, 거대한 흰 구름을 통해 자연의 움직임과 정적을 동시에 담아낸다.

두텁게 쌓아 올린 물감과 거친 선은 파도의 결을 만들어내고, 수평선 위에 놓인 흰 구름은 요동치는 바다와 대조를 이루며 화면에 평온함을 불어넣는다. 물감을 쌓고 밀어내며 만들어낸 마티에르는 단순한 풍경의 묘사를 넘어 자연의 호흡과 움직임을 촉각적으로 전달한다.
천웅희 – 빛을 향해 질주하는 도약의 이미지
천웅희의 ‘빛을 향한 질주’(2026)는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다면체 구조의 중심에서 날개를 펼친 말이 뛰쳐나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청록색의 거친 화면과 붉은 말, 흰 날개의 강한 색채 대비가 시선을 작품의 중심부로 끌어당긴다. 기하학적 구조와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충돌하면서 화면에 속도감과 긴장감을 형성한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 빛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형상에서는 도약과 자유, 희망의 메시지가 읽힌다.
김희자 – 수채의 번짐으로 피어난 ‘Purity’
김희자의 ‘Purity’(2026)는 한 송이 꽃을 화면 가득 확대해 수채 특유의 투명성과 섬세한 색채의 중첩을 강조한 작품이다.

붉은색과 분홍, 자주색이 꽃잎마다 다른 농도로 번지고 스며들면서 부드러운 입체감을 형성한다. 꽃잎을 명확한 선으로 규정하기보다 물과 안료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살려 표현함으로써 화려한 색채 속에서도 맑고 정제된 정서를 남긴다.
장혜자 – ‘아리랑’을 반복과 변주의 조형언어로
장혜자의 ‘AriRang’ 연작은 화병과 식물이라는 동일한 모티프를 네 개의 화면에서 서로 다른 색채로 변주한 작품이다.

단순화된 화병의 윤곽과 초록 잎, 검정·파랑·황토·붉은색의 변화가 반복되면서 시각적 리듬을 만든다. 하나의 선율이 다양한 가락으로 이어지는 아리랑처럼 동일한 소재를 반복하고 변형해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민재현 – 생각과 기억이 자라나는 인간의 내면
민재현의 ‘A person of many thoughts’(2025)는 인간의 머리와 상반신을 수많은 식물과 작은 형상으로 채우고 머리 위에 책을 올려놓은 작품이다.

인간의 생각과 지식, 기억이 내면에서 계속 싹트고 성장하는 듯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인간의 몸과 자연의 형상을 결합함으로써 내면세계의 복잡성과 끊임없이 확장되는 사고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민정 – 금빛 사각형 속 반복과 변화
김민정의 ‘Golden 3’(2026)는 노랑과 금빛의 아홉 개 정사각형을 3×3으로 배열한 작품이다.

각 화면 중앙에는 작은 세라믹 조각이 배치돼 있고 검정과 갈색의 선과 면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전체적으로는 엄격한 반복과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각 요소의 미묘한 차이가 변화와 리듬을 만들어낸다. 밝은 노랑과 금빛이 주는 따뜻한 에너지에 기하학적 구성의 절제미가 더해진다. 김민정의 작품은 노랑과 금빛의 아홉 개 화면이 격자 형태로 배치돼 있으며, 전시장 내부의 오브제 및 공간과 함께 관객에게 하나의 작은 구조적 세계를 제시한다.
김 리디아 – 여백에 남겨진 풍경의 기억
김 리디아의 ‘Untitled’(2026)는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옅은 분홍빛 여백과 하단에 응축된 검정·청색·자주색의 수평적 색면이 대비를 이루는 작품이다.

경계에서 안개처럼 번지는 색채는 산과 물, 노을 같은 풍경을 떠올리게 하지만 특정 장소로 고정되지는 않는다. 넓은 여백이 만들어내는 고요와 하단의 짙은 색채가 품은 긴장이 서로 마주하면서 기억 속 풍경과 정서를 불러내는 서정적 추상으로 이어진다.
임종엽 – 푸른 공간을 가르는 한 줄기 빛
임종엽의 ‘SHH157’(2026)은 깊고 강렬한 청색이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중앙을 수직으로 가르는 흰 틈이 강한 대비를 형성한다.

작가는 최소한의 색과 형태만으로 화면에 긴장을 만들어낸다. 닫혀 있는 듯한 푸른 공간 사이로 등장하는 흰색은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며 고요와 생명, 새로운 무언가가 생성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김윤정 – 고양이가 건네는 일상의 위안
김윤정의 ‘Cat makes me happy!!’(2026)는 푸른색과 흰색의 유려한 곡선 사이로 한 마리 고양이가 관객을 향해 걸어 나오는 모습을 담는다.

화면 곳곳의 분홍·파랑 꽃과 초록 잎은 밝고 경쾌한 리듬을 형성하고, 고양이가 정면을 바라보며 앞으로 내딛는 모습은 화면에 생동감을 더한다. 현실의 고양이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건네는 친밀함과 위안,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임혜린 –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푸른 사슴
임혜린의 ‘Deer and Goblin Fire’(2026)는 푸른 사슴과 머리 위로 불꽃처럼 솟아오르는 청색과 흰색의 형상을 결합한다.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블루 계열은 밤의 숲이나 꿈속 풍경을 연상시키며, 사슴의 정적인 모습과 위로 솟구치는 형상 사이에 독특한 긴장감을 만든다. ‘Goblin Fire’라는 제목과 결합하면서 자연 속에서 흔히 접하는 사슴은 현실을 벗어나 신비하고 초현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변화한다.
안기순 – 푸른 숲에서 만나는 생명의 노래
안기순의 ‘Hymn of life’(2025)는 짙은 남색에서 하늘색과 보라색으로 이어지는 나무들을 통해 실제 자연의 재현보다 숲이 품은 기억과 정서를 표현한다.

나무들은 서로 겹치면서도 충분한 여백을 유지하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형상이 점차 희미해진다. 이는 숲이 안개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관객에게 고요와 휴식의 감각을 남긴다.
최영지 – 푸른 잎에 담긴 성장과 생명력
최영지의 ‘Blue Breath’(2026)는 거대한 잎을 화면 가득 확대한다.

짙고 옅은 청색을 반복적으로 쌓은 붓질과 잎의 굴곡을 따라 흐르는 선들은 화면에 힘과 리듬을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차갑게 느껴지는 블루가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살아 움직이고 성장하는 생명의 색으로 바뀐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오은혜 – 두 개의 원 안에서 충돌하는 질서와 혼돈
오은혜의 ‘Twin Shift ; Sun and Moon’(2026)은 청화백자를 연상시키는 푸른색과 정교한 원형 구조 안에 여러 인체 형상을 뒤섞어 배치한다.

고전적인 장식미와 자유롭게 부유하거나 뒤집힌 인간 형상이 충돌하면서 질서와 혼돈, 현실과 환상이 동시에 존재한다. 위아래의 두 원형 작품을 함께 바라보면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처럼 느껴진다.
TOMAY TRAVEL – 외부의 혼란 속에서 찾는 내면의 자유
TOMAY TRAVEL의 ‘Mind Unbound’(2024)는 푸른 물감이 거칠게 흘러내리고 튀어 오르는 배경과, 눈을 감고 다이아몬드 위에 앉아 있는 인물을 대비시킨다.

주변의 세계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소란스럽지만 인물은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고요한 상태를 유지한다. 다이아몬드가 상징하는 가치와 욕망의 이미지까지 함께 바라보면 작품은 외부 세계가 부여하는 가치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평온과 본질적 가치를 찾으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5명의 작가, 15개의 ‘우주’
이번 전시는 특정한 미술 사조나 하나의 조형언어로 참여 작가들을 묶지 않는다.
호랑이와 아리랑 같은 한국적 소재에서 출발하는 작업이 있는가 하면, 자연의 숲과 파도, 꽃과 잎을 탐구하는 작품도 있다. 인간의 사고와 내면을 다룬 작품, 추상적 색면과 기하학적 질서를 탐구한 작업, 동물과 환상적 세계를 연결한 작품도 함께한다.
서로 닮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UNIVERSE》의 정체성이다. 각각의 작품은 하나의 작은 세계이고, 그 세계들이 오스트리아의 전시장 안에서 나란히 놓이며 보다 큰 ‘우주’를 형성한다.
한국 작가와 유럽 관객을 잇는 민간 전시기획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뿐 아니라 한국 작가와 해외 전시장을 연결하는 민간 전시기획의 역할도 주목된다. 참여 작가 중 직접 오스트리아를 찾은 경우는 제한적이지만, 작품은 물리적 국경을 넘어 유럽의 전시장에 도착해 현지 관객과 만난다.

해외 전시기획자는 이 과정에서 작가와 해외 공간을 연결하고 작품이 새로운 문화권의 관객에게 소개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한다. K-Art의 국제적 확장은 일부 유명 작가의 해외 진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작업해온 다양한 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작품이 새로운 공간과 관객을 만나는 경험이 축적될 때 한국미술의 저변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
한 작가의 작품이 국경을 넘어 낯선 도시의 벽에 걸리고, 새로운 관객이 그 앞에 멈춰 서는 순간 작가의 ‘우주’는 이전보다 조금 더 넓어진다.
《UNIVERSE》는 한국 작가들이 구축해온 서로 다른 15개의 세계가 유럽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 또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만들어가는 현장이다.

참여 작가
김소선 – ‘Singing Tigers’
김희선 – ‘고요한 파도, 한 점 구름’
천웅희 – ‘빛을 향한 질주’
김희자 – ‘Purity’
장혜자 – ‘AriRang(25A,B,C,D)-AriAri,SriSri,AlSuu,JiWhaJa’
민재현 – ‘A person of many thoughts’
김민정 – ‘Golden 3’
김 리디아 – ‘Untitled’
임종엽 – ‘SHH157’
김윤정 – ‘Cat makes me happy!!’
임혜린 – ‘Deer and Goblin Fire’
안기순 – ‘Hymn of life’
최영지 – ‘Blue Breath’
오은혜 – ‘Twin Shift ; Sun and Moon’
TOMAY TRAVEL – ‘Mind Unbound’

전시개요
전시명: 2026 Austria Group Exhibition 《UNIVERSE》
주제: Every Artist Creates a World – 한 명의 작가, 하나의 우주
전시기간: 2026년 9월 9일 ~ 9월 16일
오프닝 리셉션: 2026년 9월 9일 오후 6시
주최주관: 나르시스트
기획: Sophie Park Art Project
장소: Galerie Kran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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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기자 dream-kaz@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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