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최재우

중국 고전 『금병매』를 이름으로 삼은 독일 록그룹 킨 핑 메의 1971년 데뷔 앨범

1970년대는 록 음악의 황금기였다. 영국을 중심으로 브리티시 록이 전성기를 맞았고, 유럽 각국에서도 수많은 록그룹이 경쟁적으로 등장했다. 각 나라의 음악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탐구하던 모습은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독일 록그룹 킨핑메(Kin Ping Meh) 1971년 앨범
                   Art  Work Painting  : Jutta Frew Drewes

오늘 소개할 음반은 독일 록그룹 킨 핑 메(Kin Ping Meh)가 1971년 발표한 첫 번째 앨범이다. 그룹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Kin Ping Meh’는 중국 고전소설 『금병매(金甁梅)』의 발음을 서양식 알파벳으로 옮겨 적은 명칭이다. 동양, 특히 중국 문화가 유럽의 미술과 음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던 시대적 분위기가 록그룹의 이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돈과 술, 욕망의 세계를 그린 『금병매』

『금병매』는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로 꼽히는 장편소설이다. 『수호전』의 일부 이야기를 바탕으로 명나라 때 창작됐으며, 제목은 작품의 중심인물인 반금련, 이병아, 방춘매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해석도 있다. ‘금(金)’은 돈, ‘병(甁)’은 술, ‘매(梅)’는 여자를 상징하며, 인간이 탐닉하는 욕망의 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제목이라는 것이다. 『금병매』는 중국 고전문학 가운데서도 가장 논쟁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치우친 소설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인간의 욕망과 현실을 가장 날카롭고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함께 존재한다.

동유럽을 거쳐 유럽 전역으로 전해진 아시아의 문화와 문물은 음악과 미술의 표현에도 다양한 흔적을 남겼다. 중국 고전의 제목을 그룹명으로 선택한 킨 핑 메 역시 이러한 문화적 교류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중국풍 환상으로 펼쳐지는 앨범 커버

킨 핑 메의 1971년 데뷔 앨범은 음악뿐 아니라 표지 미술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룹명이 『금병매』에서 비롯된 만큼 앨범 커버 역시 중국 고전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장면으로 구성됐다.

앨범 커버 앞면

물가와 정원을 배경으로 여러 여성 인물이 등장하고, 화려한 꽃과 짙은 녹음, 몽환적인 색채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앞면에는 물 위에 누운 여성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이 둘러싸고 있으며, 뒷면에는 정원 속 여성들이 배치돼 있다. 『금병매』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구도이지만, 사실적인 중국 회화라기보다는 유럽인의 시각으로 상상한 동양적 환상에 가깝다.

앨범 커버 뒷면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을 중국인이나 동양인 화가가 아닌 독일 작가가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앨범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활동한 유타 프레브 드레베스(Jutta Frew Drewes)의 아트워크로 표기돼 있다. 다소 만화적으로 과장된 인물 묘사와 원색적인 색감, 환상과 관능이 뒤섞인 표현이 인상적이다.

 오리지널 LP는 앞면과 뒷면이 이어지는 게이트폴드 방식으로 제작됐다. 음반을 펼치면 두 장면이 하나의 긴 화면처럼 연결돼 커버 그림을 더욱 크게 감상할 수 있다. LP가 단순히 음악을 담는 매체가 아니라 시각예술을 함께 즐기는 오브제였던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몽환적인 반복과 강렬한 사이키델릭 사운드

킨 핑 메는 독일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결성된 5인조 록그룹이다. 이들의 첫 앨범은 발표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1970년대 독일 록의 계보와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회자된다.

앨범의 첫 곡부터 몽환적으로 반복되는 멜로디와 리듬이 귀를 사로잡는다. 오르간과 기타, 베이스, 드럼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내는 두터운 사운드는 당시 사이키델릭 록 특유의 환각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전달한다. 단순한 록앤드롤의 직선적인 에너지보다는 반복과 변주, 긴장과 이완을 통해 청자를 점차 음악 속으로 끌어들인다.

음반 뒷면에 수록된 곡목은 다음과 같다.

Side A
‘Fairy-Tales’
‘Sometime’
‘Don’t You Know’

Side B
‘Too Many People’
‘Drugson’s Trip’
‘My Dove’
‘Everything’
‘My Future’

 첫 곡 ‘Fairy-Tales’는 10분이 넘는 대곡으로, 제목처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간다. 반복되는 리듬과 연주가 점차 확장되면서 킨 핑 메가 추구한 사이키델릭 록의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Drugson’s Trip’이라는 제목에서도 당시 록 음악이 지향했던 환각적 감각과 실험정신을 읽을 수 있다.

이 앨범은 독일의 폴리도르(Polydor) 레이블을 통해 발매됐다. 스트리밍 시대가 된 현재에도 킨 핑 메의 음반 가운데 특히 첫 번째 앨범이 꾸준히 감상되며 사랑받고 있다는 점은 작품이 지닌 생명력을 보여준다. 원문에서도 이 음반을 1970년대 독일 록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전문학과 록 음악이 만나는 기묘한 지점

중국 명나라 시대의 소설 『금병매』와 1970년대 독일 사이키델릭 록은 언뜻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욕망과 감각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당대의 관습과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충동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금병매』가 돈과 술, 사랑과 욕망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사회 현실을 파헤쳤다면, 킨 핑 메의 음악은 반복되는 리듬과 몽환적인 연주를 통해 이성적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감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앨범 표지의 관능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와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가 서로 만나면서 음악은 하나의 시청각적 체험으로 확장된다.

물론 이 앨범 커버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충실하게 재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1970년대 유럽이 상상한 중국과 동양의 이미지를 과장되고 환상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에 가깝다. 그렇기에 오늘날 이 음반을 바라볼 때에는 음악적 가치뿐 아니라 당시 유럽 사회가 동양 문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변형했는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상을 벗어나 잠시 빠져드는 음악

『금병매』가 쉽게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이야기로 독자를 붙잡듯, 킨 핑 메의 사이키델릭 록 역시 한 번 귀에 들어오면 가끔씩 다시 찾아 듣게 되는 묘한 중독성을 지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오래된 LP 커버를 펼쳐 바라보고, 반복되는 기타와 오르간, 묵직한 리듬에 귀를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 인간의 욕망을 다룬 중국 고전소설의 이름과 독일 록 음악, 유럽 화가가 그려낸 중국풍 이미지가 한 장의 음반 안에서 기묘하게 만난다.

눈으로 커버 작품을 감상하고 귀로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를 듣다 보면, 1971년 독일 록 음악이 품고 있던 자유와 실험의 정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건전하게 앨범 커버를 바라보며 음악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은 그 자체로 작은 스트레스 해소가 될 것이다. 원문 역시 이 음반의 몽환적이고 중독적인 사운드에 잠시 몸을 맡겨보기를 권한다.

음반 개요

아티스트: 킨 핑 메(Kin Ping Meh)
앨범명: 《Kin Ping Meh》
발매 연도: 1971년
국가: 독일
음악 장르: 사이키델릭 록, 하드 록, 프로그레시브 록
레이블: Polydor
커버 아트워크: Jutta Frew Drewes
커버 형식: 앞면과 뒷면이 연결되는 게이트폴드 LP
주요 수록곡
‘Fairy-Tales’, ‘Sometime’, ‘Don’t You Know’, ‘Too Many People’, ‘Drugson’s Trip’, ‘My Dove’, ‘Everything’, ‘My Future’

금병매 소개
금병매는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로 수호전을 바탕으로 명나라 때 창작된 장편소설이다. 제목의 금병매는 3대 히로인 격인 반금련, 이병아, 방춘매에서 한자씩 따온 것이며, 이야기의 핵심인 돈(金), 술(甁), 여자(梅)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다. 4대 기서 중 나머지는 우리가 자주 접해온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다. 

금병매는 가장 논쟁이 많은 소설로 단순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 중심이라는 평가가 있고, 인간의 욕망과 현실을 가장 날카롭게 그린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다. 여하튼, 동유럽을 거쳐서 유럽 전반에 아시아 특히 중국의 문물, 문화가 전달되면서 음악과 미술의 표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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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우 칼럼니스트
jaewoo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