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가위를 맞았습니다.

올해는 다행히 큰 태풍도 없었고, 큰 장마로 인한 피해도 적었습니다. 들녘에는 곡식이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과수원에는 탐스러운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그야말로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절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습니다. 먹을 것이 풍족하고, 마음이 넉넉하며,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가위처럼 일 년 내내 평안하고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말일 것입니다.
추석은 단순히 풍성한 음식을 나누는 명절만은 아닙니다. 객지에 나가 있던 자식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부모형제가 한자리에 모이며, 조상님 산소를 찾아 성묘하고 그 은덕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가까운 친지와 친구의 안부를 묻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추석이 되면 유난히 고향산천이 그립습니다.

어린 시절 뛰놀던 마을길과 들판, 정겨운 고향집의 풍경, 부모님의 따뜻한 손길과 형제자매들의 웃음소리가 새삼 마음 깊은 곳에서 되살아납니다. 세월이 흐르며 고향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고, 그리운 분들 가운데는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을 향한 감사와 그리움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집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도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조상님들의 땀과 희생이 있었고, 부모님의 사랑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가족과 이웃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온 공동체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합니다.
그러기에 한가위는 감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명절입니다.
조상님의 은덕을 기억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형제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고, 친지와 친구에게 따뜻한 안부 한마디를 전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추석이라는 명절을 통해 되새겨야 할 가장 소중한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민족의 명절 문화에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성묘를 하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풍습은 단순한 옛 관습이 아닙니다. 조상을 기억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이웃과 정을 나누어 온 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생활 방식이 달라지면서 명절의 모습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식은 변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정신만큼은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조상을 공경하고 부모를 섬기며, 형제와 이웃을 사랑하고 고향을 기억하는 마음은 우리가 후손에게 반드시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풍성하게 익어가는 들녘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옛말을 되새겨 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이 한마디 속에는 단순히 풍요로운 삶을 바라는 뜻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가진 것을 나누고, 지나온 세대에 감사하며 살아가라는 조상들의 지혜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2026년 한가위.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만남이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안부가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먼저 떠난 부모님과 조상님을 떠올리는 마음에는 감사와 그리움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명절 문화와 따뜻한 가족의 정이 자녀에게, 손자에게, 또 그다음 세대에게까지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풍성한 결실만큼 우리 모두의 마음도 넉넉해지는 한가위가 되시기 바랍니다.
글 ㅣ 임만택 한국아트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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