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네 장의 음반은 독일 퓨전 재즈 그룹 패스포트(Passport)의 음악과 군터 반드레이(Gunter Wandrey)의 독창적인 앨범 커버가 결합한 작품들이다.

앨범 개요

아티스트: 패스포트(Passport)
장르: 퓨전 재즈
결성 연도: 1971년
결성 국가: 독일
중심 멤버: 클라우스 돌딩거(Klaus Doldinger)
주요 멤버: 크리스티안 슐체(Kristian Schultze), 볼프강 슈미드(Wolfgang Schmid)
앨범 커버 아티스트: 군터 반드레이(Gunter Wandrey)
소개 앨범: 《Second Passport》, 《Looking Thru》, 《Cross Collateral》, 《Infinity Machine》
대표 감상곡: 〈Homunculus〉, 〈Ju-Ju-Man〉

 

군터 반드레이의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나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과 형상을 비현실적인 공간에 배치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한다. 익숙한 물상은 그의 손을 거치면서 낯설고 환상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파인 아트 페인터로 경력을 쌓아온 반드레이는 기하학적인 구도와 자유로운 상상력을 결합한 표현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그림에서는 제작된 시대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정교한 구성과 거침없는 표현력은 작품을 바라보는 동안 지속적인 신선함을 전한다.

 

이러한 특징은 패스포트의 음악적 성격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반드레이가 제작한 앨범 커버는 단순히 음반을 포장하는 장식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지 자체가 음악의 분위기와 내용을 암시하고, 청자에게 신비감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기능한다.

 

패스포트는 1971년 색소폰 연주자 클라우스 돌딩거를 중심으로 결성된 독일의 퓨전 재즈 그룹이다. 여기에 키보드 연주자 크리스티안 슐체와 베이스 연주자 볼프강 슈미드 등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라인업을 갖췄다.

 

패스포트의 음악에서는 클라우스 돌딩거의 색소폰과 크리스티안 슐체의 키보드가 사운드의 중심을 이룬다. 강렬한 리듬 위에서 색소폰과 키보드가 서로 주고받으며 전개되는 연주는 그룹 특유의 역동성과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이 같은 구성은 미국 퓨전 재즈를 대표하는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를 연상시킨다. 웨더 리포트는 색소폰 연주자 웨인 쇼터(Wayne Shorter)와 키보드 연주자 조 자비눌(Joe Zawinul)을 주축으로 결성돼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색소폰과 키보드를 중심으로 사운드를 구축했다는 점, 비슷한 시기에 앨범을 발표하며 세계적으로 연주력을 알렸다는 점에서 두 그룹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웨더 리포트가 미국 퓨전 재즈의 한 축을 담당했다면, 패스포트는 유럽 퓨전 재즈의 흐름을 대표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그룹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라이벌이자 퓨전 재즈의 양대 축으로 비교해 볼 만하다.

패스포트(Passport) 1972년 앨범
패스포트(Passport) 1973년 앨범“Second Passport”

이번에 선정한 음반은 패스포트가 가장 활발하게 음악적 창의력과 연주에 대한 열정을 펼쳤던 초기 시기의 작품들이다. 1972년 발표된 《Second Passport》를 시작으로 1973년의 《Looking Thru》, 1975년의 《Cross Collateral》, 1976년의 《Infinity Machine》까지 네 장의 앨범이 그 대상이다.

패스포트(Passport) 1975년 앨범
패스포트(Passport) 1976년 앨범 “Cross Collateral” “Infinity Machine”

이들 음반은 패스포트가 자신들의 음악적 방향을 구체화하고 독일을 넘어 세계적인 퓨전 재즈 그룹으로 존재감을 넓혀가던 과정을 보여준다. 앨범마다 변화하는 음악적 분위기와 함께 군터 반드레이의 독특한 커버 작품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패스포트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Homunculus〉는 필자가 패스포트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연주곡이다. 연주가 시작되면 휘몰아치는 듯한 키보드 사운드가 분위기를 압도하고, 곧이어 색소폰이 등장해 주선율을 이끌어간다. 이후 색소폰과 키보드의 솔로 연주가 이어지면서 곡의 긴장감과 에너지가 더욱 고조된다.

 

리듬 파트를 담당하는 연주자들의 탄탄한 연주도 빼놓을 수 없다. 각 멤버는 자신의 기량을 드러내면서도 다른 악기와 긴밀하게 호흡한다. 개별 연주의 매력과 멤버들 사이의 인터플레이가 균형을 이루며 하나의 유기적인 앙상블을 완성한다.

〈Ju-Ju-Man〉 역시 패스포트의 음악적 개성과 연주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이들의 음악은 정교하게 설계된 구성 안에서 즉흥적인 에너지와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군터 반드레이의 그림이 현실의 사물을 낯선 이미지로 변화시키듯, 패스포트는 재즈와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결합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음반은 귀로만 감상하는 예술이 아니다. 앨범을 손에 들고 커버 이미지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순간, 시각과 청각은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군터 반드레이의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패스포트의 역동적인 퓨전 재즈는 서로 다른 예술 장르가 만나 얼마나 풍성한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Second Passport》, 《Looking Thru》, 《Cross Collateral》, 《Infinity Machine》은 패스포트의 음악적 전성기를 확인할 수 있는 음반인 동시에 군터 반드레이의 거침없는 상상력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각예술 작품이기도 하다. 네 장의 커버를 차례로 바라보며 〈Homunculus〉와 〈Ju-Ju-Man〉을 들어본다면, 눈으로 즐기고 귀로 감상하는 ‘이 한 장의 음반’이 지닌 특별한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 ㅣ 최재우 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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