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듣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음악과 함께 앨범 커버를 바라보는 일이다. 때로 한 장의 앨범 재킷은 음악이 미처 설명하지 못한 감정의 풍경까지 보여준다. 뉴질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로드(Lorde)의 두 번째 정규앨범 《Melodrama》는 음악과 미술이 서로의 감정을 보완하며 하나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음반이다.

 

이 앨범의 커버 원화를 그린 작가는 미국의 추상·구상 포스트모던 화가 샘 맥키니스(Sam McKinniss)다. 그는 1985년 미국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에서 태어나 코네티컷에서 성장했으며, 2005년 글래스고 예술학교를 거쳐 2007년 하트퍼드 예술학교에서 회화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3년 뉴욕 스타인하르트스쿨에서 미술석사 학위를 받았고, 2015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 에디션 참가 이후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Michael Jackson

맥키니스의 회화에는 대중문화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유명 가수와 배우, 영화 속 캐릭터 등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들을 회화로 옮기면서도 단순한 초상화에 머물지 않는다. 거칠고 두터운 붓질,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강렬하게 충돌하는 색채를 통해 인물 안에 감춰진 불안과 욕망, 고독을 끌어낸다. 인물화뿐 아니라 정물화와 추상화까지 병행하며 폭넓은 창작세계를 보여주는 점도 그의 특징이다.

맥키니스의 여러 작품을 보면 이러한 특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인물, 강렬한 표정의 여성, 영화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초상 등 대중문화의 익숙한 이미지를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 인물들은 유명인이지만 그의 캔버스 속에서는 스타의 화려함보다 순간적인 표정과 내면의 긴장감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Melodrama》의 커버가 된 작품 역시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맥키니스는 로드의 앨범을 위해 이 작품을 사전에 제작했으며, 침대에 누워 있는 젊은 여성의 한순간을 포착했다. 이 작품은 “MZ세대의 고독과 고민을 담고 있는 듯한 생활 속 한 장면”이다. 거칠고 어두운 색조와 두터운 채색 속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효과적으로 표현됐다는 것이다.

샘 맥키니스(Sam McKinniss) 작품 “Lorde : Melodrama” (2016)

실제 작품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짙은 청색의 밤이 눈에 들어온다. 푸른 침대와 어두운 배경 속에 누운 인물의 얼굴에는 붉은색과 보라색, 파란색이 교차한다. 잠들기 직전인지, 잠에서 막 깨어난 순간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표정이다. 한 손은 힘없이 침대 위에 놓여 있고 시선은 아래를 향한다. 화려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화면 전체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오히려 쓸쓸하다.

 

바로 이 모순이 《Melodrama》가 지닌 음악적 정서와 맞닿아 있다. 젊음은 화려하지만 동시에 외롭고, 사랑은 뜨겁지만 그 끝에는 상실이 남는다. 한밤의 파티와 사랑, 이별이 지나간 뒤 혼자 남은 방 안에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을 맥키니스의 그림은 한 장면으로 압축한다.

 

그 그림의 주인공인 로드는 1996년생 뉴질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다. 본명은 옐리치 오코너(Yelich O’Connor)이며, 2012년 11월 데뷔한 뒤 ‘Royals’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곡은 2013년 10월, 당시 만 16세였던 로드를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려놓았다.

 

로드의 음악은 얼터너티브 아트팝 계열을 기반으로 한다. 미니멀한 구성, 독특한 그루브와 멜로디, 개성 강한 창법과 음색이 결합해 일찍부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로드가 지속해서 노래해 온 것은 젊은 세대의 청춘과 사랑, 자아의 혼란과 같은 보편적이면서도 섬세한 감정이다. 각각의 곡을 따로 놓기보다 앨범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내는 내러티브 구성도 그의 음악에서 중요한 특징이다.

 

2017년 6월 발표된 《Melodrama》는 로드의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이 음반은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진입했고, 수록곡 가운데 ‘Green Light’가 히트했다.

싱어송라이터 로드(Lorde) 2017년 앨범

《Melodrama》라는 제목처럼 이 앨범에는 감정의 진폭이 크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흥분에서 관계가 무너지는 과정의 혼란, 이별 이후의 공허함까지 젊은 시절 경험하는 감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어진다. 그래서 맥키니스가 그린 한밤의 침실 장면은 단순한 가수의 초상을 넘어 앨범 전체의 정서를 응축하는 상징처럼 기능한다.

 

특히 앨범 커버 속 로드는 무대 위의 스타가 아니다. 객석의 환호도, 조명도, 화려한 의상도 없다. 혼자 침대에 누워 있는 한 젊은 여성일 뿐이다. 대중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팝스타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사적인 순간의 인물이 한 화면에서 겹쳐진다. 이 작품이 젊은 세대의 고독과 자아에 관한 이미지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드는 이후에도 싱어송라이터로서 활동을 이어갔다. 2025년 6월 발표된 네 번째 앨범 《Virgin》이 영국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사운드와 내용의 반복으로 다소 단조롭게 느껴진다는 일부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와 별개로 로드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은 여전히 팝계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Melodrama》의 가치는 음악에만 있지 않다. 이 앨범 커버는 음악 전문지 NME가 기획한 21세기 최고의 앨범 아트 목록에 선정됐다. 음악을 듣지 않고 그림만 바라보더라도 한 시대 젊은이의 고독과 불안이 느껴지고, 음악을 들으며 다시 그림을 바라보면 푸른 침실 속 인물이 지닌 감정이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좋은 앨범 커버는 음악을 설명하는 삽화가 아니라 음악이 끝난 뒤에도 감정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샘 맥키니스의 《Lorde : Melodrama》는 로드라는 한 가수의 얼굴을 그린 초상인 동시에, 사랑과 이별, 자아와 고독 사이에서 흔들리는 젊은 세대의 내면을 그린 시대의 초상이기도 하다.

 

밤은 짙은 푸른색으로 가라앉아 있고, 침대 위 인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청춘의 수많은 말이 담겨 있다. 

 

Lorde - Green Light

 

바로 그 지점에서 샘 맥키니스의 그림과 로드의 음악은 만난다. 눈으로 먼저 한 장의 그림을 바라보고, 이어 《Melodrama》의 음악을 듣는다면 한 장의 음반이 얼마나 풍부한 미술적·음악적 서사를 품을 수 있는지 새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 ㅣ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최재우

 

음반 개요

  • 아티스트: Lorde

  • 앨범명: Melodrama

  • 발표: 2017년 6월

  • 구분: 두 번째 정규앨범

  • 대표곡: ‘Green Light’

  • 앨범 커버 원화 작가: Sam McKinniss

  • 작품명: Lorde : Melodrama

  • 제작연도: 2016

  • 재료: Oil and acrylic on canvas

  • 크기: 28 × 22 inches(약 71.1 × 55.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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