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최재우 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한 장의 음반은 때로 음악보다 먼저 그림으로 말을 건넨다. 낡은 책 속 삽화처럼 보이는 존 세인트 필드(John St. Field)의 앨범 『Control』 표지는 보는 순간부터 묘한 소란을 일으킨다. 입을 크게 벌린 채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 몸을 뒤로 젖히며 과장된 몸짓을 보이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듯한 한 사람의 뒷모습. 그림 속에는 즐거움과 조롱, 익살과 불편함이 뒤섞여 있다.

존 세인트 필드 앨범표지삽화가 R. A. Brandt 작품
프랑스  대문호   발자크  소설삽화가   작품을   표지로  한풍자와 해학이 담긴  작품

이 표지는 프랑스 고전문학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허영, 위선과 어리석음을 집요하게 바라보며 당대 사회를 거대한 ‘인간 희극’으로 그려냈다. 『Control』의 표지에 사용된 R. A. Brandt의 삽화 역시 발자크적 세계를 연상시키는 풍자와 해학을 품고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세 사람의 표정은 단순한 웃음이라기보다 타인을 향한 비웃음과 조롱에 가깝다. 그 웃음은 유쾌하면서도 잔인하고, 우스우면서도 낯설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말을 주고받는다. 그 가운데에는 사실도 있고 과장도 있으며, 때로는 소문과 험담도 섞여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다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고, 사람들은 사실의 진위보다 이야기의 자극성에 더 쉽게 반응한다. 『Control』의 표지는 바로 그런 인간 사회의 한 장면을 포착한 듯하다. 그림 속 인물들의 과장된 몸짓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러나 그 웃음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사람은 타인을 비웃으면서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 하고, 집단 속의 웃음은 개인에게 은밀한 폭력이 되기도 한다. 표지 한가운데에서 웃고 있는 인물들은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 있다. 우리는 남의 허물을 이야기하며 웃지만, 어느 순간 또 다른 이야기 속에서는 우리가 그 웃음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이 그림은 유머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인간의 본성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처럼 강렬한 표지를 품은 『Control』은 스코틀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존 세인트 필드의 작품이다. 1971년에 녹음되고 1973년 스페인 음반사를 통해 발표된 이 앨범은 포크를 중심에 두면서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결합한 애시드 포크 계열의 음반으로 평가받는다. 처음 발표됐을 당시에는 널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음악 애호가와 수집가들의 입소문을 통해 재발견됐다. 이후 재발매되며 더 많은 청자에게 알려졌지만, 1973년 초판은 여전히 희소성과 소장 가치를 지닌 음반으로 여겨진다.

『Control』의 음악은 전통적인 포크의 서정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곡마다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때로는 거칠고 불안정한 감정이 음악 속에서 꿈틀거린다. 단순하고 친숙한 포크의 형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블루스의 짙은 정서와 사이키델릭 음악의 실험성을 더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한 시대의 유행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들어도 낡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독특하고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앨범의 제목인 ‘Control’은 여러 의미로 읽힌다. 사람은 자신의 삶과 감정을 통제하고 싶어 하지만, 세상의 욕망과 소문, 집단의 시선은 쉽게 통제되지 않는다. 자신이 말을 지배한다고 믿는 순간, 오히려 말에 휘둘리기도 한다. 사람을 웃게 하는 이야기는 때로 사람을 무너뜨리고, 가벼운 농담은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된다. 그런 점에서 『Control』은 인간이 무엇을 통제할 수 있으며, 무엇에 의해 통제당하는지를 되묻는 제목처럼 다가온다.

흥미로운 점은 음반 표지와 음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정서를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표지는 소란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인간 군상을 보여주지만, 음악은 그 웃음 뒤편에 감춰진 고독과 불안을 들려준다. 겉으로는 익살스럽지만 안으로는 어둡고, 자유로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억눌린 분위기가 흐른다. 이 대비는 『Control』을 단순한 포크 음반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예술작품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앨범 커버는 음악을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음악을 듣는 첫 번째 문이자, 작품 전체를 해석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R. A. Brandt의 삽화가 사용된 『Control』의 표지는 인간 사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존 세인트 필드의 음악은 그 웃음 뒤에 감춰진 쓸쓸함과 혼란을 들려준다.

우리는 그림 속 사람들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오래 바라보면 웃음은 서서히 멈춘다. 그들의 얼굴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쉽게 흥분하고, 집단의 웃음에 휩쓸리며,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조롱하는 인간의 오래된 습성은 시대가 달라져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Control』은 1970년대의 희귀 음반이면서 동시에 오늘의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한 장의 풍자화다. 눈으로 표지를 감상하고, 귀로 음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과연 세상을 통제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욕망과 소문, 타인의 시선과 집단의 웃음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가.

 그 질문이 남아 있는 한, 존 세인트 필드의 『Control』은 오래된 음반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한 장의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앨범 개요

앨범명: 『Control』
아티스트: 존 세인트 필드(John St. Field)
녹음 연도: 1971년
발표 연도: 1973년
장르: 애시드 포크, 포크, 블루스, 사이키델릭
앨범 표지: R. A. Brandt 삽화
특징: 포크를 기반으로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요소를 결합한 희귀 음반으로, 뒤늦게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수집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최재우 칼럼니스트

jaewoo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