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에 우리는 문자를 읽고 쓰지 못하던 사람을 문맹이라고 불렀다. 

Chat GPT 생성 이미지

글을 모르면 편지를 읽기 어려웠고, 계약서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으며,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랐다. 문자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익히는 일이 아니었다.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며 삶의 선택권을 넓히는 일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배움의 문턱에 서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이어 인공지능이 생활과 업무의 도구로 들어오는 시대다. 이제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만으로 변화하는 사회에 충분히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필요한 정보를 찾고,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며, AI가 제공하는 답변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도 필요해졌다.

 

과거에 문자를 배우는 일이 삶의 기회를 넓혔다면, 오늘날 디지털과 AI를 배우는 일은 변화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힘이 된다. AI 시대에 디지털 문맹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여기서 디지털 문맹이라는 표현은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탓하기 위한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처음 접하는 기술은 낯설다. 배울 기회가 부족했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거나, 어려운 설명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숙련도를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배움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디지털 활용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메시지를 주고받고 영상을 시청하는 것과, 필요한 정보를 찾아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능력이다. AI 역시 질문을 입력해 답변을 받는 데서 배움이 끝나지 않는다. 어떤 일을 맡길 수 있는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AI를 배우는 목적은 두 가지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더 잘 얻기 위해서이며, 원하지 않는 결과를 미리 막기 위해서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자신의 목적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글인지,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지, 분량과 표현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할수록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하기도 쉬워진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어려운 기술 용어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라면 전시 주제와 작품의 특징, 관람 대상 등을 정리해 AI에 전달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작가노트의 초안을 만들고, 보도자료의 구성을 잡고, SNS 홍보 문구를 다듬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창작의 경험까지 AI에 맡길 수는 없다. AI가 제안한 문장이 실제 작업 의도와 맞는지 판단하고 자신의 언어로 고치는 일은 작가의 몫이다.

 

소상공인이나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고객 안내문과 제안서의 초안을 만들거나 복잡한 자료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익힐 필요는 없다. 자신이 자주 하는 일 하나를 골라 직접 사용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수정하는 경험부터 쌓으면 된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낯선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다음 배움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AI의 한계도 배워야 한다. 

 

AI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제시할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자료나 출처를 답변에 포함할 수도 있다. 문장이 매끄럽다는 이유만으로 내용까지 정확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이름과 경력, 날짜와 수치, 인용문처럼 확인이 필요한 정보는 원자료와 대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입력하는 정보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정보와 고객 명단, 공개되지 않은 계약 내용 등을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입력해서는 안 된다. 이용하는 서비스의 설정과 정보 처리 방식을 살펴보고, 업무상 비밀이나 타인의 권리가 포함된 자료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활용 능력과 보호 능력은 함께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AI가 우리 삶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목표를 세울 것인지, 어떤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AI가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정보의 공개나 부주의한 업무 처리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결과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확인과 검토의 책임이 따른다.

 

그렇기에 AI 교육은 사용법을 알려주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질문하는 법과 함께 의심하는 법을, 결과를 만드는 법과 함께 검증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편리함을 누리는 방법과 더불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자신의 정보를 지키는 방법도 다뤄야 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배움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은 AI의 답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현장을 아는 사람은 설명에서 빠진 부분을 발견할 수 있고, 일을 오래 해본 사람은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운 제안을 가려낼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이 더해지면 경험의 쓰임은 더욱 넓어진다.

 

교육기관과 언론, 지역사회도 역할을 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 강조하기보다 생활 속에서 무엇부터 배워야 하는지 쉽게 안내해야 한다. 예술가에게는 전시 준비와 작품 기록을, 소상공인에게는 고객 응대와 상품 소개를, 고령층에게는 생활정보 확인과 디지털 서비스 이용을 연결해 가르치는 방식이 필요하다. 배우는 사람이 자신의 필요를 발견할 때 교육은 지속될 수 있다.

 

문자를 배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넓혔듯, 이제는 디지털과 AI를 배우며 변화하는 세상에 참여할 힘을 길러야 한다. 모든 사람이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를 선택하고, 그 결과를 이해하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춰야 한다.

 

오늘 하나의 질문을 직접 입력해 보고, 답변에서 확인할 부분을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배움의 출발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AI를 알고 쓰되 판단을 맡기지 않는 것, 그 작은 실천이 AI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이다.

 

글 ㅣ 임만택  KANN AI ACADEMY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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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기자 dream-kaz@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