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작가 기획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오는 2026년 10월 18일(일)부터 10월 30일(금)까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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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기운생동과 전통의 숨결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접하게 된 이현주(작가명 탄지) 작가는, 어려서부터 천년 고도 경주에서 태어나 자라나며 집 문을 나서면 경주의 고요한 풍경과 매화꽃이 마치 개인 마당처럼 아늑하게 펼쳐지는 지리적·자연적 풍경 속에서 깊은 예술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러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성장한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디스플레이 및 대형 벽화 작업 등 다채로운 현장 경험을 거쳐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에서 선화(禪畫)를 정식 사수하며 깊은 학문적 체습과 예술적 지평을 넓혀왔다. 스승으로부터 "생각에 경계가 없다"는 의미의 ‘천상의 화가’라는 별칭과 ‘탄지(彈指)’라는 호를 얻은 작가는 순수한 해방의 기운과 다산·안정을 뜻하는 청복(靑馥)의 색채, 그리고 생명의 근원인 물과 산수를 화폭에 담아내며 "평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뜨거운 작가적 열정을 펼쳐 보이고 있다.

 

예술은 언제나 영원의 경계를 꿈꾸지만, 진정한 영원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순밀한 '찰나'에 깃든다. 선가(禪家)의 언어로 탄지(彈指)는 손가락을 단 한 번 튕기는 지극히 짧은 순간을 뜻하지만, 그 속에는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찰나와도 같은 우리의 인생과 우주 생명의 모든 순환이 상응하듯 깃들어 있다. 이현주 작가의 화폭은 그처럼 짧고도 아득한 찰나의 시간과 자연의 정기(精氣)를 한 줄기 붓길 위에 단숨에 벼려낸다.

 

동국대학교 박물관에서의 깊은 학문적 체습과 유물·토기 위 매화와 전통 기운을 탐구해 온 작가의 이력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신라 천년의 숨결이 서려 있는 경주라는 지리적·심상적 공간 속에서, 자연을 관조의 대상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이자 우주 순환의 법칙 그 자체로 체감한 시간들의 결정체다.

 

화폭에 담긴 고결한 전통적 기운과 깊은 생명력은 천년 고도 경주의 역사적 숨결,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삶의 시간들로부터 우러나온다. 문을 열면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매화와 벚꽃의 길, 철 따라 피고 지는 자연의 순리는 작가에게 있어 삶의 당연한 체감이요, 희노애락을 포용하는 무한한 예술적 감각의 샘물이다.
 

무유정법(無有定法)의 울림과 동·서양 화법의 융합으로 확장되는 이현주 작가의 작품 세계는, 중국 전통 회화가 중시하던 엄격한 전통적 필법과 법식 그리고 한국화가 지닌 고유의 결합 속에서 피어난다.

 

이현주 작가는 동양화의 핵심인 육법(六法) 중 기운생동(氣韻生動)과 응물상형(應物象形)의 정신을 채택하되 이를 자신만의 조형 어법으로 확장한다.
 

서구 정형화된 미학적 범주에서 이를 임파스토(Impasto; 유화나 아크릴 물감을 두텁게 올려 붓자국이나 칼자국 등의 질감과 입체감을 극대화하는) 표현으로 단편화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작가가 도달한 경지는 기법의 틀을 유연하게 뛰어넘는다. 정해진 기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유정법의 울림은 캔버스 위에서 자유로운 필묵의 변주로 이어지며, 동양적 기운의 에너지를 아무런 제약 없이 찬란하게 분출해 낸다.

이현주, 청복산수 245x120 2024 캔버스 아크릴 혼합 /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제공

이러한 특성을 서양 미술사적 맥락과 대비하여 비교예술사적 시각에서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작가 이브 클랭(Yves Klein, 1928~1962)이 순수한 울트라 마린 블루(Ultramarine Blue)를 통해 물질을 넘어선 영원성과 무한대의 정신성을 구현하고자 했다면, 이현주 작가는 동양의 전통적 정신과 서양화의 물성적 깊이를 결합하여 화면 위에 흐르는 생명의 기운과 자연의 숨결을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서사로 재탄생시킨다.

 

나아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현대 미술의 지형도 속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단숨에 뻗어 나가는 열정적인 필력과 찰나의 즉흥성은 관객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과 해방감을 선사한다. 서구 현대 미술의 거장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1904~1997) 등이 신체적 에너지와 격정적인 붓질의 즉흥성으로 현대인의 불안과 열정을 화폭에 분출했다면, 이현주 작가의 폭발적인 필선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서와 정신적 기질, 내면에 누적된 응어리를 찰나의 붓길 속에서 시원하게 정화하고 해소하는 치유와 정화(카타르시스)의 경지로 귀결된다.

 

청복산수(靑馥山水)와 찰나의 순간 속에 담긴 차가움과 뜨거움의 순수 철학은, 이현주 작가가 선보이는 청색의 대작 《청복산수》 시리즈(150호 등)와 폭포, 바다를 포용하는 화면을 통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개성으로 발산된다.
 

지구 온난화와 현대 사회의 열기 속에서 작가의 청빛 산수는 단순히 차가운 음색에 그치지 않고, 관객에게 깊은 고요와 정적, 그리고 생명의 근원인 '물'의 순환을 환기하는 강렬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또한 정화와 집무실, 집안의 기운을 다스리는 철학적 아우라를 형성하며, 냉철한 지성과 예술적 감각을 지닌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시원한 기운이 굽이치는 찰나의 파동 속에서 관객은 거대한 우주의 질서와 마주하게 된다.

 

아울러 금장 바탕 위 참새와 매화가 어우러진 100호 작품 등은 전통적인 화조와 산수의 격조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해낸 뛰어난 미학적 성취다. 세련된 금빛 화면과 강렬한 필력이 빚어내는 반전의 미학은 작가의 깊은 지성미와 예술적 열정을 여실히 입증한다.
 

관객과 공간, 그리고 그림이 하나 되는 공사상(空思想)을 펼쳐내는 이현주 작가의 전시와 작품은 단순히 벽에 걸리는 스펙타클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탄지의 순간과 무유정법의 기운생동은 작품이 위치하는 공간, 이를 바라보는 관객, 그리고 작가의 미학적 영혼을 하나로 결합시킨다.
 

이것이야말로 주객의 구분이 사라지고 만물이 상응하는 공사상(空思想)의 참된 구현이자, 현대 미술의 예술적 담론이 주목해야 할 품격 높은 예술적 경지라 할 수 있다. 

 

경주라는 역사의 터전에서 피어나 세계적 보편성을 향해 꿈틀거리는 이현주 작가의 청빛 울림과 찰나의 산수 세계가, 앞으로도 수많은 이들의 영혼에 깊은 감동과 생명의 기운을 지속적으로 불어넣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글 ㅣ 손지연 미술학 박사 · 미술평론가 ·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대표 

손지연 미술학 박사 · 미술평론가 ·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대표

 

전시 개요 (Exhibition Info)
행사명: 이현주 작가 기획전
기간: 2026.10.18(일)_30(금)
학술 세미나: 2026년 10월 18일(일)
장소: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참여 작가: 이현주 (탄지)
평론: 손지연 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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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기자 dream-kaz@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