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듣다 보면 언젠가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산이 있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이다. 테너 색소폰의 깊은 울림과 끝없이 뻗어가는 음악적 탐구는 연주자에게도, 감상자에게도 오래도록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그가 남긴 소리는 한 시대의 연주에 머물지 않고, 후대의 음악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거듭 돌아보는 이정표가 됐다.

존 콜트레인 1964년 앨범 “Coltrane’s Sound”

이번에 소개하는 음반은 1964년 발표된 《Coltrane’s Sound》다.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콜트레인의 소리’. 간결하지만 그만큼 묵직한 이름이다. 연주자의 이름과 소리를 나란히 놓은 이 제목은 음반을 듣기 전부터 한 가지 물음을 건넨다. 수많은 색소폰 연주 가운데 우리가 콜트레인의 소리를 알아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다가가는 첫 번째 문은 앨범 커버다. 음악이 흐르기 전, 시선이 먼저 머무는 표지에는 소리를 이미지로 옮기는 또 다른 예술가의 감각이 담겨 있다. 이번 음반에서 함께 살펴볼 인물은 마빈 이스라엘(Marvin Israel, 1924~1984)이다.

 

뉴욕 출신인 이스라엘은 회화와 사진, 그래픽디자인, 아트디렉션을 넘나들며 활동했다. 그의 작업에는 일상적인 공간과 형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긴장감이 흐른다. 어둠과 그림자, 추상적인 이미지,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진 화면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보다 그 안에 잠재한 감정과 심리를 드러내는 쪽에 가깝다.

 

그는 시러큐스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기를 거쳐 파리에서 약 2년 동안 그림을 그렸다. 1952년에는 파리의 아르노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듬해 사진 작업을 시작했고, 알렉세이 브로도비치에게 디자인을 배웠다. 1955년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잡지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이미지와 지면을 다루는 시야를 넓혔다.

 

1956년에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사진에 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사진에만 머물지 않았다. 1960년 무렵부터 목탄과 파스텔, 잉크를 활용한 드로잉에 집중하면서 회화적인 표현을 더욱 깊이 탐구했다. 사진이 포착한 순간과 드로잉이 만들어내는 내면의 이미지 사이를 오간 경험은 그의 시각 언어를 풍부하게 했다.

 

교육자로서도 파슨스 디자인 스쿨과 쿠퍼 유니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등에서 회화와 디자인을 가르쳤다. 1970년에는 미니애폴리스 미술관에서 열린 리처드 아베돈의 사진전 디자인을 맡았다. 한 장의 이미지에서 전시 공간에 이르기까지,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방식을 고민했던 예술가였다.

마빈 이스라엘 작품 “Portrait of a Woman”

그의 작품 「Portrait of a Woman」, 「Three Donkeys」, 「Album Cover Project For Atlantic Records」를 함께 떠올리면 앨범 표지를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진다. 인물과 사물은 단순한 재현의 대상을 넘어 화면의 분위기와 감정을 이끄는 요소가 된다. 음반 커버 역시 음악가의 얼굴이나 이름을 전달하는 포장을 넘어, 음악에 접근하는 감각을 준비시키는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온다.

마빈 이스라엘 작품 “Three Donkeys”

《Coltrane’s Sound》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여기에 있다. 표지는 음악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소리를 듣기 전의 마음에 인상을 남긴다. 눈으로 받아들인 이미지가 귀로 들어오는 선율과 겹쳐질 때, 음반은 청각과 시각이 함께 만들어내는 경험이 된다.

마빈 이스라엘 작품 “Album Cover Project For Atlantic Records”

그렇다면 그 표지 너머에서 기다리는 콜트레인의 음악은 어떨까.

 

색소폰을 공부하는 연주자에게 콜트레인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존재다. 그의 연주를 듣고, 음을 따라가고, 호흡과 프레이징을 익히는 과정은 자신의 소리를 찾아가는 중요한 공부가 된다. 연주와 작곡, 즉흥적인 전개를 통해 그가 보여준 가능성은 테너 색소폰의 표현 영역을 넓혔다.

 

감상자에게도 사정은 비슷하다. 재즈의 세계를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어질 때, 그의 음반은 자연스럽게 감상의 목록에 오른다. 처음부터 편안하게 들리는 음악만은 아닐 수 있다. 선율을 따라가다가 길을 놓치기도 하고, 밀도 높은 연주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반복해서 듣다 보면 처음에는 복잡하게 느껴졌던 소리 사이에서 흐름이 드러난다. 낯설었던 음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문장처럼 다가온다.

 

《Coltrane’s Sound》는 그 문장을 찾아가는 시간을 권하는 음반이다. 연주 기법이나 화성의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음이 길게 이어지는 순간, 선율이 방향을 바꾸는 지점, 다른 악기와 호흡을 주고받는 장면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출발이 된다.

 

이번에 함께 들을 곡은 「Body and Soul」이다. 테너 색소폰의 존 콜트레인, 피아노의 맥코이 타이너, 베이스의 스티브 데이비스, 드럼의 엘빈 존스가 호흡을 맞춘다. 발라드의 흐름 속에서 색소폰의 음색과 선율을 따라가며 콜트레인의 세계에 다가가 볼 만하다.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만들어내는 공간에 귀를 기울이면 색소폰도 한층 입체적으로 들린다. 선율을 이끄는 소리와 그 곁을 지탱하는 소리들이 만나 연주의 표정을 만든다. 악기 하나하나를 번갈아 따라 듣는 즐거움도 이 곡을 다시 찾게 하는 이유다.

거대한 산은 멀리서 바라볼 때와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갈 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콜트레인의 음악도 그렇다. 이름의 무게에 먼저 압도되기보다 한 곡의 선율에서 시작하면 된다. 마빈 이스라엘의 표지에 시선을 잠시 머물게 한 뒤 「Body and Soul」을 들어보자. 

 

눈으로 만난 이미지와 귀로 만난 소리가 포개지는 자리에서, ‘콜트레인의 소리’는 조금 더 가까워진다.

글 ㅣ최재우 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음반 개요

음반명: Coltrane’s Sound
아티스트: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발매 연도: 1964년
장르: 재즈
앨범 커버: 마빈 이스라엘(Marvin Israel)
감상곡: Body and Soul
참여 연주자: 존 콜트레인(테너 색소폰), 맥코이 타이너(피아노), 스티브 데이비스(베이스), 엘빈 존스(드럼)
감상 링크:
John Coltrane – Body an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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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우 칼럼니스트 jaewoo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