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음악은 서로 다른 감각의 영역에 존재하지만, 때로는 놀라울 만큼 닮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색채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내듯, 음악 역시 서로 다른 악기의 소리가 만나 조화와 긴장, 변화와 균형을 만들어낸다.
이번에 소개할 음반은 미국의 재즈 트리오 야야 쓰리(Yaya 3)가 2002년 발표한 앨범 《Yaya 3》이다. 이 음반의 표지에는 독일 태생의 미국 추상미술가 요제프 알버스(Josef Albers, 1888~1976)의 작품이 사용되었다. 정사각형과 색채의 상호작용을 평생 탐구했던 알버스의 조형 세계와 테너 색소폰, 오르간, 드럼으로 이루어진 세 연주자의 음악적 교감은 흥미로운 감상의 접점을 만들어낸다.
정사각형으로 색채의 본질을 탐구한 요제프 알버스

요제프 알버스는 20세기 현대미술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추상미술가이자 미술교육자이다. 특히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색채의 시각적 변화와 상호작용을 탐구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888년 독일 베스트팔렌주 보트로프의 장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유리공예와 배관, 전기 배선 등 다양한 기술을 접하며 재료와 제작 과정에 대한 실용적인 감각을 익혔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예술을 단순한 표현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재료와 구조, 관찰과 실험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1908년부터 교사로 활동한 알버스는 1920년 독일 바이마르의 바우하우스에 입학하면서 예술가로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바우하우스는 미술과 공예,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과 생활의 통합을 추구했던 혁신적인 교육기관이었다.
그는 1922년부터 교육에 참여했으며, 1925년 바우하우스가 데사우로 이전한 이후 교수로 활동하면서 유리공예와 가구 디자인 등 여러 분야를 탐구했다. 이 시기 섬유예술가 아니 알버스와 결혼했으며, 파울 클레를 비롯한 동시대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예술적 시야를 넓혀갔다.
1933년 나치 정권에 의해 바우하우스가 폐쇄되자 알버스는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노스캐롤라이나의 블랙마운틴 칼리지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미국 현대미술 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1950년에는 예일대학교 디자인학과장으로 부임해 교육자로서의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이론적인 설명보다 실제 제작과 실험, 관찰을 중시했으며, 학생들이 색채와 형태를 직접 경험하면서 시각적 원리를 발견하도록 이끌었다.
《정사각형에 대한 경의》, 단순함 속에 숨겨진 무한한 변화
알버스의 예술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은 《정사각형에 대한 경의(Homage to the Square)》 연작이다.

1949년부터 시작된 이 연작은 서로 다른 크기의 정사각형 세 개 또는 네 개를 중첩해 배치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형태는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각각의 정사각형에 적용된 색채의 관계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같은 색도 주변에 어떤 색이 놓이는가에 따라 밝거나 어둡게 보이고, 앞으로 돌출되거나 뒤로 물러나는 듯한 공간감을 형성한다. 서로 다른 색채는 때로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화면 전체에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부여한다.

알버스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개별 색채의 아름다움만이 아니었다. 그는 색과 색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시각적 변화, 즉 색채의 상대성과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1963년 출간한 저서 《색채의 상호작용(Interaction of Color)》은 이러한 탐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중요한 색채 이론서이다.
그는 색채가 언제나 고정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며, 주변의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다르게 지각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색채는 단순히 이론으로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라 실제 실험과 관찰을 통해 경험해야 하는 시각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작품에 사용한 물감과 색채의 정보를 꼼꼼하게 기록하는 등 연구자에 가까운 태도로 창작에 임했다.
이러한 접근은 미국의 하드에지 추상회화와 옵아트, 개념미술 등에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미술에서 색채와 지각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단순한 사각형 안에 담긴 무수한 색채의 가능성은 알버스가 평생 추구했던 예술적 탐구의 결과였다.
세 명의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음악, 야야 쓰리

알버스의 작품을 앨범 표지에 사용한 야야 쓰리(Yaya 3)는 세 명의 뛰어난 재즈 연주자로 구성된 트리오이다.
테너 색소폰 연주자 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 오르간 연주자 샘 야헬(Sam Yahel),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Brian Blade)가 그 주인공이다.
조슈아 레드맨은 저명한 재즈 색소폰 연주자 듀이 레드맨(Dewey Redman)의 아들로, 아버지의 음악적 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주 세계를 구축한 음악가이다. 그는 전통적인 재즈의 어법을 충실하게 이해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혁신적인 사운드를 결합해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다. 풍부한 음색과 유연한 즉흥연주, 뛰어난 작곡 능력을 바탕으로 현대 재즈를 대표하는 색소폰 연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르간을 담당한 샘 야헬은 풍부한 화성과 리듬감 있는 연주를 통해 음악의 중심을 형성한다. 오르간 특유의 깊고 따뜻한 음색은 색소폰의 선율을 감싸면서도 독립적인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는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리듬으로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단순히 박자를 유지하는 역할을 넘어 연주의 흐름과 분위기를 조절하고, 다른 두 연주자와 긴밀하게 호흡하면서 음악적 긴장과 이완을 이끌어낸다.
이들 세 연주자가 함께한 2002년 앨범 《Yaya 3》는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음악적 언어를 만들어내는 트리오 연주의 매력을 보여준다. 테너 색소폰의 선율, 오르간의 화성, 드럼의 리듬은 서로 다른 영역을 담당하지만 결코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소리는 다른 악기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즉흥적인 교감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연주 방식은 재즈의 본질적인 매력 가운데 하나인 인터플레이(Interplay), 즉 연주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잘 드러낸다.
색채의 상호작용과 재즈의 인터플레이
요제프 알버스의 정사각형을 바라보면서 야야 쓰리의 음악을 듣다 보면 시각예술과 음악 사이의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알버스의 작품에서 각각의 정사각형은 고유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인 색채만으로 작품 전체의 인상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색채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가에 따라 화면의 분위기와 깊이가 달라진다.
야야 쓰리의 연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슈아 레드맨의 색소폰은 때로 강렬하게 앞으로 나서고, 샘 야헬의 오르간은 그 뒤에서 부드러운 화성적 배경을 형성한다.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드럼은 음악의 흐름을 지탱하면서도 순간순간 예상하지 못한 리듬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세 악기는 각자의 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통해 더욱 풍부한 표현력을 획득한다.
알버스의 작품에서 정사각형이 중첩되며 색채의 깊이를 만들어낸다면, 야야 쓰리의 음악에서는 세 악기의 소리가 어우러지며 입체적인 음악적 공간이 형성된다.
서로 다른 채도의 색채가 하나의 화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서로 다른 성격의 악기들도 음악 안에서 균형을 찾아간다. 특히 알버스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점진적인 색채 변화와 차분한 질서는 야야 쓰리가 들려주는 유기적인 음악적 전개와도 닮아 있다.
이는 미술과 음악이 동일한 표현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요소들이 관계를 맺으며 전체적인 조화를 만들어낸다는 공통된 원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눈으로 감상하고 귀로 완성하는 한 장의 음반
좋은 음반 표지는 음악을 담는 단순한 포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때로는 그 음악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되며, 음반을 감상하는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요제프 알버스의 작품과 야야 쓰리의 음악이 만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정사각형이라는 절제된 형식 속에서 색채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던 알버스와 세 악기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추구한 야야 쓰리는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에 속해 있지만, 조화와 변화라는 공통된 미학을 보여준다.
눈앞의 사각형들이 색채의 관계를 통해 하나의 완성된 화면을 이루듯, 세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소리 역시 서로의 존재를 통해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된다.
이번에는 음악을 듣기 전에 잠시 음반 표지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각각의 사각형이 만들어내는 색채의 변화와 시각적 균형을 살펴본 뒤, 색소폰과 오르간, 드럼이 주고받는 음악적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 순간 정지된 화면 속의 색채는 움직이는 음악처럼 느껴지고, 시간 속에서 흘러가는 재즈의 선율은 한 폭의 추상회화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요제프 알버스의 정사각형과 야야 쓰리의 음악을 함께 감상하기를 권한다.
글 ㅣ 최재우 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음반 개요
앨범명: Yaya 3
아티스트: Yaya 3
발표 연도: 2002년
장르: 재즈
참여 연주자: 조슈아 레드맨(테너 색소폰), 샘 야헬(오르간), 브라이언 블레이드(드럼)
표지 미술: 요제프 알버스(Josef Albers) 작품
추천 감상곡
Yaya 3 – Switchblade: 유튜브에서 감상하기
Yaya 3 – Aeolio: 유튜브에서 감상하기
최재우 칼럼니스트jaewoo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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