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우 | 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음반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음악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커버에 담긴 그림을 바라보고,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과 예술을 알아가는 일도 또 다른 감상이 된다.
헝가리 재즈록 밴드 자베(Djabe)의 2020년 앨범 ‘The Magic Stag’는 회화와 음악을 함께 만나는 음반이다. 이번에 소개할 커버 작가는 독창적인 점묘법과 풍부한 색채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헝가리 화가 임레 에게르하지(Imre Egerhazi, 1925~2001)다.

에게르하지는 1925년 헝가리 하이두하드하즈에서 태어났다. 17세기 트란실바니아 메조반드 출신의 프레스코 화가 야노스 에게르하지(János Egerházi)의 후손인 그는 1930년대 초 가족과 함께 데브레첸으로 이주했다. 이후 1950년대 데브레첸 자유미술학교에서 화가 요제프 메니하르트에게 배우며 회화의 기초를 다졌다.

그의 작품에는 민속예술과 분리파 운동,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이 함께 나타난다.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민속예술과 분리파의 조형 감각이, 색채에서는 후기 인상주의의 특징이 드러난다. 헝가리 대평원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알폴드 미술의 흐름도 그의 예술적 기반이 됐다. 그는 이러한 영향을 자신의 감각으로 소화하며 독자적인 회화 양식을 발전시켰다.

에게르하지의 그림을 특징짓는 것은 세밀한 표면 처리와 개성 있게 해석한 점묘법이다. 작은 입자처럼 쌓인 색채는 화면의 밀도를 높이고, 뚜렷한 윤곽과 힘 있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 안에는 섬세하고 친밀한 정서도 흐른다. 강렬한 형상과 차분한 분위기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그의 회화가 지닌 매력이다.

그의 독창성은 표현 기법뿐 아니라 주제를 선택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주변의 풍경과 장소를 바라보는 솔직한 시선은 ‘Tavaszi Taj’(1971), ‘Alsosofalva – Ocna De Jos’(1983), ‘Autumn In The Carpathians’(1990), ‘Castle’(1998) 등 여러 시기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이 작품들은 그가 오랜 시간 발전시켜 온 색채와 화면 구성의 흐름을 살펴보게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 활동과 함께 예술가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도 힘썼다. 창작 캠프와 예술 단체의 설립에 참여하고, 동료들이 교류하며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1960년대 후반부터 생애 마지막까지 헝가리 밖에서 활동하는 헝가리계 예술가들을 지원했다.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전에도 인접 국가의 예술가들을 직접 초청하며 교류를 이어갔다.
1985년까지 사무직을 병행했던 그는 은퇴 후 회화와 예술가 공동체 활동에 전념했다. 1990년대에는 프랑스 티에라슈 유럽 미술협회 명예회장으로 선출됐다. 자신의 예술적 성취와 더불어 동료들의 창작 환경을 돌보려 했던 태도는 그가 예술계에서 존경받는 바탕이 됐다.
생전에 받은 국가 및 전문 분야의 훈장은 21개에 이른다. 그의 작품은 헝가리 국립미술관, 데브레첸의 데리박물관, 하이두하드하즈의 임레 에게르하지 기념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 있다. 기념관에서는 그의 생애를 대표하는 100점 이상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회화 세계와 함께 소개하는 음악의 주인공은 자베다. 1996년 결성된 헝가리 재즈록 밴드로, 이름은 ‘자유’를 뜻하는 아칸어 단어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재즈를 중심으로 헝가리와 아프리카 음악의 요소를 결합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발전시켜 왔다.
자베의 음악에서는 서로 다른 장르와 지역의 음악적 전통이 만난다. 재즈와 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리듬과 선율이 어우러지며 고유한 분위기를 만든다. 여러 미술적 전통을 자신의 회화로 발전시킨 에게르하지의 작업을 떠올리면, 그림과 음악 사이에서 공통된 창작의 태도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자베는 국제 페스티벌에서 꾸준히 공연했으며 기타리스트 스티브 해킷(Steve Hackett), 벤 캐슬(Ben Castle) 등과 협연했다. 2000년 헝가리 음악상 재즈·월드뮤직 앨범 부문, 2001년 eMeRTon 어워드 최고의 월드뮤직 밴드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클라이페다 재즈 페스티벌 특별상을 받았다.
음반 활동에서도 꾸준한 평가를 받았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스튜디오 음반 9장과 라이브 음반 2장이 헝가리 음악상 올해의 재즈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2023년에는 ‘Before’가 같은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02년부터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 44개국에서 공연하며 활동 무대를 넓혀왔다.
2020년 발표한 ‘The Magic Stag’는 자베의 음악을 에게르하지의 회화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커버를 먼저 바라보고 음악을 들은 뒤 다시 그림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처음에는 지나쳤던 색채와 형태가 새롭게 다가온다. 그림을 이루는 작은 색의 입자와 음악을 구성하는 개별 소리에 차례로 집중하는 동안 감상의 폭도 넓어진다.
에게르하지가 다양한 미술적 전통을 자신의 색채로 엮었다면, 자베는 여러 지역과 장르의 음악을 자신들의 연주로 이어왔다. ‘The Magic Stag’는 한 장의 음반을 통해 두 예술 세계를 오가며, 눈으로 즐기고 귀로 듣는 감상의 시간을 열어준다.
앨범 개요
앨범명: The Magic Stag
아티스트: 자베(Djabe)
발매 연도: 2020년
국가: 헝가리
음악 장르: 재즈록·월드뮤직
음악적 특징: 재즈와 록을 바탕으로 헝가리 및 아프리카 음악의 요소를 결합
커버 작가: 임레 에게르하지(Imre Egerhazi, 1925~2001)
감상: Djabe – The Magic S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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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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