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소리로 펼쳐 보인다. 앨범 커버는 그 소리에 또 하나의 감각을 더한다. 

그룹 더 코멧 이즈 커밍(The Comet Is Coming)2019년 앨범 “Trust In The Lifeforce Of The Deep Mystery”

영국 일렉트릭 재즈 트리오 더 코멧 이즈 커밍(The Comet Is Coming)의 2019년 앨범 ‘Trust in the Lifeforce of the Deep Mystery’는 시각예술과 음악을 함께 만나는 음반이다. 이번에 주목할 커버 아티스트는 스위스 출신 시각예술가 냇 기르스버거(Nat Girsberger)다.

냇 기르스버거(Nat Girsberger)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르스버거는 아날로그 콜라주를 통해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재배치한다. 서로 다른 이미지의 조각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고, 현실의 풍경은 상상과 내면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다채로운 색채와 복고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그의 작업은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이 유일한 모습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기르스버거는 뉴욕대학교 갤러틴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브루클린 부시윅의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유니버설뮤직그룹과 뉴욕대학교 등의 의뢰 작업을 수행했다.

냇 기르스버거(Nat Girsberger) 작품

2017년 아이비 브라운 갤러리 개인전 ‘Transient Terrain’, 2018년 스토어프론트 프로젝트 갤러리 개인전 ‘Close Your Eyes’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으며, 맨해튼 쇼필즈에서는 3개 층에 걸친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캐리 에이블 갤러리와 월플레이, 더 리빙 갤러리 등의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그의 작업은 롤링 스톤, 보그, 피치포크, 하이퍼알러직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됐다.

냇 기르스버거(Nat Girsberger) 작품

그가 콜라주와 설치를 통해 탐색하는 대상은 눈에 보이는 사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내면세계와 음악, 집단적 정신세계처럼 형태를 붙잡기 어려운 영역을 시각적으로 해석한다. 지각과 언어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을 이미지의 결합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관객은 그 안에서 익숙한 인식의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된다.

냇 기르스버거(Nat Girsberger) 작품

이러한 시각적 태도는 더 코멧 이즈 커밍의 음악과도 맞닿는다. 런던에서 결성된 이 그룹은 재즈와 아프로비트, 일렉트로니카를 넘나들며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혜성이 오고 있다’는 뜻의 그룹명은 BBC 라디오포닉 워크숍의 동명 작품에서 가져왔다.

 

서로 다른 장르를 결합하는 이들의 음악은 기르스버거의 콜라주처럼 기존의 요소를 새로운 질서로 움직이게 한다. 즉흥성과 전자음악의 에너지, 반복되는 리듬이 교차하며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우주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음악의 문법에서 출발하면서도 그 바깥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기 때문이다.

 

2016년 데뷔 앨범 ‘Channel the Spirits’는 머큐리 프라이즈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같은 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들을 코스믹 재즈의 선구자 선 라(Sun Ra)의 계보를 잇는 그룹으로 조명했다. 재즈와 아프로비트, 일렉트로니카를 즉흥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2019년 3월 발표한 두 번째 앨범 ‘Trust in the Lifeforce of the Deep Mystery’는 이러한 음악적 방향을 이어간 작품이다. 제목을 우리말로 풀면 ‘깊은 신비의 생명력을 믿으라’는 의미에 가깝다. 명확한 설명이나 정해진 결론보다, 알 수 없는 세계를 향한 신뢰와 탐색의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의 음악에서는 선 라와 앨리스 콜트레인(Alice Coltrane)의 유산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의 음악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는 않는다. 영국 음악·문화 매체 더 콰이어터스(The Quietus) 역시 이들이 선배 음악가들의 유산을 자신들의 사운드를 앞으로 밀어가는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음반을 눈과 귀로 함께 만나는 즐거움은 서로 다른 예술이 상상력을 넓혀준다는 데 있다. 기르스버거가 이미지의 경계를 허물어 보이지 않는 내면을 탐색한다면, 더 코멧 이즈 커밍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소리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하나는 시각으로, 다른 하나는 청각으로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Birth of Creation’과 ‘Super Zodiac’을 들으며 앨범의 시각적 세계를 함께 떠올려보자. 이미지와 소리가 반드시 하나의 뜻으로 일치할 필요는 없다. 그 사이에서 각자의 감각과 기억이 움직일 때, 음반은 듣는 대상을 넘어 상상하는 공간이 된다.
 

글 ㅣ최재우 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음반 개요

아티스트: 더 코멧 이즈 커밍(The Comet Is Coming)
앨범명: Trust in the Lifeforce of the Deep Mystery
발매: 2019년 3월
구분: 두 번째 앨범
음악: 재즈·아프로비트·일렉트로니카를 결합한 일렉트릭 재즈
커버 아티스트: 냇 기르스버거(Nat Girsberger)
감상곡: Birth of Creation, Super Zodiac

Birth of Creation 감상
Super Zodiac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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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우 칼럼니스트 jaewoo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