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영파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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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Carpeaux, La Défense Paris, Takyoung Jung Drawing, 42 x 30 cm, ink, watercolor on pape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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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가치 - 2

 

파리 '라데팡스 La Défense' 비즈니스 지구 내의 카르포 광장 Place Carpeaux에는 세자르 발다치니 César Baldaccini의 유명한 작품 '르 푸스 Le Pouce, 세자르의 엄지손가락' 작품이 거대한 높이로 서있다.

 

이 엄지손가락 작품은 신사실주의 Nouveau Réalisme 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거대한 엄지 조각이 전달하고자 하는 예술적 의미는 무엇일까를 상고해본다.
‘최고(으뜸)’와 ‘흔들리지 않는 낙관주의’의 상징으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 엄지손가락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 ‘승리’, ‘찬사(Thumbs up)’를 뜻하는 가장 직관적인 제스처다. 세자르는 이를 통해 인간 삶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과 낙관주의를 표현했다.


노동의 가치와 예술가의 손에 대한 헌사로, "현실의 단편이자 인간의 실제적인 경험과 육체노동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지문과 주름, 손톱의 미세한 굴곡까지 극사실적으로 재현된 거대한 손가락은, 문명을 일구어낸 인간의 노동(Manual work)의 숭고함을 대변하는 동시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예술가의 손’ 그 자체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이는 일상적인 오브제의 예술적 격상으로서 세자르가 활동한 '신사실주의'는 일상의 흔한 사물이나 인간 신체의 일부를 있는 그대로 예술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운동이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흔한 '손가락 하나'라는 소재를 터무니없을 만큼 거대한 기념비적 규모로 확대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익숙한 일상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시각적 충격을 던진다. 
 

추상적 덩어리가 주는 긴장감과 인간의 덧없음(Vanity)을 표현한 것으로, 손에서 잘려 나간 듯 독립된 형태로 우뚝 솟은 엄지손가락은 더 이상 신체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추상적인 조각 덩어리로 기능한다. 현대 도시의 거대한 빌딩 숲 사이에 당당하게 자리 잡은 이 거대한 인체 파편은 공간에 기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거대함 뒤에 숨은 인간의 덧없음(Vanity)과 자만심에 대한 경계를 함께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라데팡스'란 무엇인가? 이 조각이 파리 신도시인 라데팡스에 세워져 있다.
 

라 데팡스La Défense란 프랑스어로 '방어' 또는 '수호'를 뜻하는데, 1870~1871년 프로이센(독일)과의 전쟁 당시 파리를 지켜낸 시민들과 군병들의 항전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조각상 '파리의 방어 La Défense de Paris'에서 유래했다. 
 

루이 에르네스트 바리아스 Louis-Ernest Barrias가 제작한 이 동상이 이 지역에 세워지면서 주변 일대와 신도시 이름도 '라 데팡스'로 불리게 되었다. 
 

이 광장에는 라 데팡스의 심장인 신개선문 (그랑드 아르슈)이 높이 110m, 폭 112m, 두께 112m의 거대한 속이 빈 정육면체(Cube) 형태로 웅장하게 서있다. 높이 162m로 빛을 반사하는 각진 미학으로 건축된 카르페 디엠 빌딩 (Tour Carpe Diem)과, 거대한 조개껍데기를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 콘크리트 '쉘 구조'로 라 데팡스의 효시인 1958년에 지어진 산업 박람회장 CNIT 빌딩이 있다.


투르 피르스트 (Tour First), 투르 소시에테 제네랄 (Tour Société Générale) 등의 초고층들이 빌딩숲을 이루고 있다.
 

덧붙여,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세자르 상(César Awards)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영화 제작자인 조르주 크라벤 Georges Cravenne이 세자르에 의뢰해 창안한 상이고 그의 독특한 트로피 디자인은 지금도 시상식 때마다 쓰이고 있다.  

 

나는 이 라데팡스 광장을 거닐 때마다 생각에 잠긴다.
 

빌딩숲을 이루는 거대한 초고층 건물들은 그야말로 자본의 집적물이고 재산적 가치도 천문학적일 것이다.  그 빌딩숲 사이로 거대한 엄지손가락 조각이 이 광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묘한 시각적 대립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엄지손가락 조각은 초고층빌딩에 비하면 재물적 가치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작품은 본디 무목적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초고층 건축물들을 시각적으로 압도하면서 그 빛을 발하며 공간을 압도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 조각은 문명을 일구어낸 인간의 노동 Manual work의 숭고함을 대변하는 동시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예술가의 손’ 그 자체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며, 공간에 기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그 거대함 뒤에 숨은 인간의 덧없음 Vanity과 자만심에 대한 경계를 묵시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초고층빌딩 숲은 자본의 힘을 나타낸 것이므로 가격에 관련한 것이고, 엄지손가락 조각은 미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의 가치에 관한 극적 대비임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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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영 칼럼니스트 takyoungjung@gmail.com